하루 종일 참고서면을 작성했다. 증거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겠다는 집요함으로 꼬박 6시간을 PC 앞에 붙어 있었다. 증거서류를 차곡차곡 쌓고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했던 재산명시 리스트를 넘기던 순간, 어제까지만 해도 읽어내지 못했던 그의 궁핍한 처지가, 모든 조사가 끝난 마지막 장에서야 비로소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이에게 한 푼도 주지 않으려는 매정한 사람이라 낙인을 찍었는데, 이제 와 이 무슨 갑작스러운 해석인가.
맨 처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봤던 그의 재산명시에서 유독 시선이 머물렀던 건, 보험 수익자가 아이가 아닌 여동생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배신감에 눈이 멀어 정작 숫자들이 말하는 그의 상황을 보지 못했다.
2025년, 양육비가 연체되고 있었지만 독촉하지 않았다. 양육비에 매달려 살면 삶이 너무 피폐해질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파헤친 자료 끝에 마주한 진실은 처참했다. 사촌에게 30만 원, 50만 원씩 빌려 연명해온 내역들. 이제는 생활비 부담도 없고 양육비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이혼 후 오히려 살만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던 모양이다.
꾸준히 돈을 빌린 정황은 사정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마음이 약해져 이행청구도 취하하고 출자금 일부도 돌려줄까 하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다. 그는 웬만하면 양육비를 보내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를 그토록 나쁜 사람으로만 몰아세웠을까.
이혼 전, 그가 조금씩 돈을 빌려 생활비를 가져다주던 때가 생각나 다시 눈물이 터졌다. 그는 사업 실패를 만회하려 매번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일을 핑계로 집을 비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지냈던 18년, 우리는 끝내 이혼하고야 말았는데 퇴사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이혼을 후회하는 마음은 당장 몰려오는 연민에 비할 바 아니었다.
왜 계속 울고 있는가. 베란다에서도, 책상 앞에서도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회한, 후회, 연민, 자책…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되지 않았다.
이상했던 결혼생활 18년과 전 직장에서의 5년, 지난 23년을 내 것이라 꽉 쥐고 있다 펼쳐보니 텅 빈 손이다.
저녁 8시도 되지 않았는데 아이는 할 게 없다며 불 꺼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 ITZM –